오랜만에 발견한 추억

오랜만에 발견한 추억

오랜만에 반가운 물건이 나왔다.2004년 여름방학, 이화여자대학교 어학당 3주 과정에 참가했을 때 주말에 반 친구와 함께 동해에 갔다가 산 모래시계다.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목적지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던 우리는 엉뚱한 곳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게 되었고, 동해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서로를 조금씩 원망하는 미묘한 분위기가 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아,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구나.”바다가 참 아름다웠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오히려 등골이...
고수

고수

100엔숍 다이소에서 고수 씨앗을 샀다.한 봉지는 60엔, 두 봉지는 110엔.잠깐 고민했지만 한 봉지만 샀다.지금은 우리 집 화분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두 봉지를 사지 않길 정말 잘했다. 처음 고수를 먹은 건 25년 전, 베트남에서였다.사람을 처음 만난 날은 기억하는 법이지만, 어떤 식재료를 처음 먹은 날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하지만 고수는 달랐다.첫인상이 정말 강렬했다.바구니에 한가득 담겨 있었고, 마음껏 가져다 먹는 방식이었다.그때의 나는 커피도 못...
다나카 씨와 나

다나카 씨와 나

같은 부서가 되기 전부터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그 이름은 다나카 씨(가명).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언니다.우리는 같은 시기에 같은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아, 이 사람이 그 다나카 씨구나.’동그랗고 또렷한 눈에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시간 있어?”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왠지 잔뜩 들떠 있는 다나카 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네, 있어요.””가자!”…네?행선지도...
거리감

거리감

요즘 『선생님의 가방』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한 번에 다 읽지 않는다.점심시간에 5분, 잠들기 전에 10분.조금씩 술을 음미하듯 읽고 있다.이 책은 그런 읽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소설에는 이자카야 장면이 자주 나온다.대구 조림, 유도후 같은 맛있어 보이는 음식 이름들이 줄줄이 등장한다.그중 하나가 ‘소금 성게’였다.그냥 성게가 아니라, 소금 성게.신선한 성게에 소금을 넣어 수분을 빼고 감칠맛을 응축시킨 저장 음식으로, 보통 병에 담아 판매된다고...
조금만 더 크게 말해 줘

조금만 더 크게 말해 줘

주말이면 늘 아들과 둘이서 상점가나 다카마쓰역 주변을 산책한다. 남편은 일 때문에 집에 없고, 사춘기 딸은 이제 엄마를 잘 상대해 주지 않는다.운전을 못 하는 내 행동 반경은 좁고, 가는 곳도 늘 비슷하다. 가는 곳은 늘 같지만, 보이는 풍경은 꽤 달라졌다. 유명 가수들이 공연하는 새로운 아레나가 생겼고,다카마쓰공항 국제선이 늘어나면서 시내도 제법 활기를 띠고 있다.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보인다. 젊었을 때는 서툰 한국어로 가볍게 말을 거는 패기도 있었는데,나이가 들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