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 계절이 돌아왔다.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다.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가운 일정도 아니다.
가장 먼저 키와 몸무게를 잰다.
이제 와서 키가 1cm 크든 작아지든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등을 곧게 펴게 된다.
키는 작년과 같았다.
몸무게는 최근 여름 더위를 먹은 덕분에(?) 작년보다 1kg 줄었다.
우선은 무난한 출발이다.
다음은 초음파 검사.
나는 신장에서 나오는 관이 조금 휘어 있다고 한다.
검사를 해 준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휘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더니,
“그건 나이랑은 상관없고, 아직 젊잖아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검사실을 나설 때는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나이가 들면 해마다 하나쯤은 새로운 것이 발견된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니,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있으면 사람의 시작과 끝을 유난히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언젠가는 나도 죽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있는지.
건강만 검사하는 날이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가장 큰 난관인 위내시경까지 마치고 모든 검사가 끝났다.
‘또 1년, 건강하게 열심히 하자.’
그런 마음으로 직장으로 향한다.
병원과 직장이 가깝고, 일이 밀리기 쉬워서 매년 오후에는 출근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하루쯤 쉬었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과정이 나의 ‘건강검진 데이’다.
아마 내년 이맘때도 올해의 나와 키를 재듯 비교해 보고, 오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컴퓨터를 켜고 있을 것이다.





